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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상자 발표

제목 제3회 박상륭상 수상자 안윤 / 수상소감
작성일자 2021-01-31
  그림자와 나란히

















  모래사막을 내달리는 앰뷸런스가 있다. 언제나 오른쪽에서 나타나 왼쪽으로, 점으로 와서 점으로 사라진다. 끊임없는 반복. 눈앞을 흐리는 부연 먼지. 무수한 모래알을 흔들어 깨우는 사이렌 소리. 태양 빛이 정수리를 비정하게 내리꽂고 나는 이미 그림자를 잃는다.


  오랫동안 그런 꿈을 꾸었다. 몇 년에 한 번 사막이 나를 데리러 왔다. 그림자의 행방불명은 언젠가 실현될 유일하고 확실한 예감이다. 질긴 사이렌 소리가 내 숨소리와 닮아 있었다.


  마침내 내일이면 모르는 번호로 걸려올 전화를 기다릴 수도 없게 되는구나, 결국 나는 아니구나 생각했다. 멀어지는 일이나 내려놓는 일에 연습이 더 필요하다고, 아직 멀었다고 나에게 일러 주었다. 다정하고 따가운 혼잣말에 고개를 주억거릴 수밖에 없었다. 주섬주섬 운동화에 발을 꿰고 천변으로 산책을 나섰다.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있다. 이야기는 증명되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는 계속될 테니까. 계속되는 한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내가 나인 것을 나에게만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듯이, 모든 이야기의 태생은 그러하다고 무른 속내를 다지며 걸었다. 내가 바란 것은 무엇이었나. 난 또 뭘 증명하고 싶었나. 등 뒤에서 그림자가 해묵은 물음을 끌며 따라왔다. 타박타박, 대답을 미루었다.


  천변은 어제와 같이 어김없고 그런 어김없는 풍경이 절실해서 절실한 만큼 걸었다. 해가 기울도록 걸었다. 지는 해를 바라보는 두 눈과 눈길이 향한 쪽으로 걷고 있는 두 다리를 어제보다 좀 더 믿어보고 싶어졌다. 자신을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과연 믿을 만한 인간인지 어떤지, 여전히 잘 모르는 채로 무턱대고. 믿어본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의 연습일지도 모르니까, 내가 나 하나 믿는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니까, 믿어보고 싶었다. 점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 일몰적 인간, 이라고 썼다가 집으로 가는 길에 도로 공백으로 돌려놓았다.


  늦은 끼니를 때우고 버릇처럼 책상 앞에 나를 앉히던 밤,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얼떨떨하기만 하다가 새벽에야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나의 일부로부터 시작된 이 이야기를 수상작으로 호명해주신 운영회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맨발의 이야기를 불러 세워 꼭 맞는 신을 신겨 주신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 이제야 이야기를 품고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내 한 시절도 기꺼이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글쓰기 앞에서 내가 나를 믿지 못해 주춤거리는 순간마다 나보다 나를 더 믿어 준 이들이 있다. 이름들을 떠올려 본다. 그 이름들이 내 입술을 넘으며 다치거나 상하지 않게 가만히 입속말로 불러 본다. 이 지상에 나를 꺼내어 사랑을 물려준 두 사람. 내 존재를 그대로, 빠짐없이 귀여워하는 한 사람. 내면의 핏줄로 연결된 오랜 친구들.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해 주는 소중한 이들. 지금은 부재하지만 항상 내 곁에 있는 이들. 모두에게 따끈한 밥을 지어 주고 싶다. 흰쌀이 보드랍게 부풀어 오르는 사이, 뜸을 들이는 잠깐의 고요 속에서 말을 아끼며 눈을 맞추고 싶다. 당신들 덕분에 내가 사람의 모양새를 갖추고 차츰 선명해진다. 고맙다.


  매일 하루 치의 인내와 겸손을 갖기를. 너무 많이도 말고 딱 내게 주어진 몫 정도만. 내 그림자가 곁에 머무는 동안 찬찬하고 단단하게 쓰기를, 계속 써 나가기를. 이 모든 일이 당연하지 않음을 늘 기억하기를, 두렵고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당부한다.


  용기를 내고 싶다.






- 안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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