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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수상자 발표

제목 제2회 박상륭상 발표 : 최수하 / 중편소설 「술래 눈 뜨다」
작성일자 2020-01-20
제2회 박상륭상 발표 : 최수하 / 중편소설 「술래 눈 뜨다」



▶ 수상자 : 최수하


수상작 : 중편소설 「술래 눈 뜨다」


수상자 약력:
1964년 서울에서 나고 살아옴.
성균관대학교 영문과 졸업.
옥랑희곡상, 전국창작희곡공모전 대상 수상
김유정신인문학상(소설)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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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박상륭상 최종 심사경위






  2019년 11월 20일 저녁까지 투고한 응모자는 소설 65명(장편 28편, 중단편 40편) 시 68명, 희곡 8명(9편) 등 총 141명이었다. 1회에 비해 100여 명 적은 수치였다. 논문 및 평론은 한 편도 접수되지 않았다. 왜 줄었을까, 라는 의문은 부질없었다. 심사가 용이해지지도, 작품 수준이 떨어지지도 않았다. 5등분해 추려낸 원고들을 들고 2020년 1월 6일부터 모처에 합숙해 3박 4일간 최종 논의했다. 눈이 번득 뜨여졌다가도 다시 미궁이 어른거리는 침잠이 수차례 반복됐다. 장르 불문, 유독 가상세계와 현실, 꿈과 생시, 삶과 죽음의 경계와 상호 틈입을 다룬 작품이 많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디지털적이든 아날로그적이든 이미 세계가 기존의 시간곡률을 비틀며 총체적으로 변형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혼몽이 사실보다 선연하고, 가공된 진실이 이미 사실 차원의 진위를 해체하고 있다는 자각이 아프고도 수려했다. 이게 시작이 아니라 이성적 자각의 인위를 선뜻 젖힌 채 바야흐로 정점에 달했다는, 또다른 실존적 분열을 기꺼이 체감하면서 외려 그렇기에 더 또렷한 언어의 육체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고나 말해야겠다. 그렇게 골라낸 작품들을 최종 논의한 결과를 밝힌다.  




시 :「놓치다」 외 14편은 단단하고 섬세한 이미지의 직조 능력과 인식의 깊이가 돋보였다. 대체로 수작이 많았으나 메시지와 시구의 조합에 작의가 드러날 때 다소 뻣뻣하고 상투적인 직관으로 일관하는 점이 아쉬웠다. 질박하고도 또렷한 시적 음영과 이미지의 질감은 충분히 높게 살만해서 앞으로의 행보와 도약이 기대되었다.

2부로 나뉜, 한 권의 시집이라고 해야 할 『힘』에 실린 50여 편의 시들은 그야말로 존재와 세계의 내면으로부터 꿈틀대며 솟아오르는 역동적 이미지들의 에너지로 들끓었다. 또한 모든 작품들은 당당하고도 힘찬 보폭을 고루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 끓어오르는 에너지들을 제어하면서 시적 보폭의 완급을 조절하는 것 역시 또 하나의 진정한 ‘힘’이라는 사실을 조심스럽게 덧붙이고자 한다.

단편 : 「우리 집 다락엔 섬이 있다」 외 2편은 삶과 죽음, 꿈과 실존의 중첩을 통해 독특한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들이었다. 다소 종잡을 수 없는 서두가 읽는 동안 서사와 형태를 갖추며 설득력을 가지게 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위태롭기도 했다. 개인의 상처가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보편성을 확보하게 되는 게 서사적 구조의 바탕이어야 한다. 독자로 하여금 더 큰 그림을 상상하거나 꿈꾸게 하는 원심과 파장을 좀 더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비원 고윤배 씨의 호신부」는 전통적인 단편소설의 미학을 매우 정교하게 습득한 장인의 솜씨를 보여주었다. 단단한 플롯의 구성과 복선, 반전의 결말에 이르기까지 서사를 주조하는 솜씨가 돋보인, 매우 흡인력 있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삶의 실존적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이 작품의 모티프들에는 작의성이 너무 도드라지는 결점이 보였다. 작품의 모티프들과 주제 의식 사이의 관계를 보다 면밀하게 성찰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당신의 꿈의 기억의 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시점(時點)과 인물들의 시점(視點)을 뒤섞음으로써 인간의 자기정체성의 문제에 천착하고 있었다. 또한 거기에 소설이라는 서사의 본질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뛰어난 문제작이었다. 기억과 꿈과 상상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교차적이고 중첩적으로 인물들이 혼융된 이 매력적인 서사는 다른 기회였으면 충분히 당선작의 자리에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희곡 : 「바르도場 」은 박상륭의 초기 소설집 『아겔다마』에 실린 ‘장돌뱅이’ 연작 4부작(쿠마장, 산동장, 산남장, 산북장)의 테마와 모티프와 사건들을 차용, 각색한 작품이었다. 박상륭의 세계를 널리, 그리고 깊이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임이 아주 분명했다. 그러나 소설의 원작에 매우 충실하게 천착하고 있다는 장점이 동시에 작가의 독창적 해석이라는 운신의 폭을 좁혀 놓은 단점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장편 : 『블랙홀의 연인』은 가상현실VR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욕망과 상처 등으로 얼룩진 인간관계를 통해 ‘구원’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진지한 작품이었다. 작품 속의 ‘이든’이라는 유토피아적 가상공간이 상징하는 바가 바로 그것일 테지만, 그러나 이 장편은 작품 속 인물들이‘가상세계의 모험 여정’을 의미하는 은어로 사용되는 ‘블랙홀’ 속에만 너무 오래 갇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하여 ‘이든’으로의 여정이 충분한 구체성과 현실성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없는 뒷 페이지를 펼쳐보게 만드는 갑작스러운 결말 역시 아쉽게 느껴졌다.

중편 : 「술래 눈 뜨다」를 수상작으로 뽑는다. 영혼과 육체의 분리라는 가상의 모티프를 통해 자아와 타자 사이의 관계, 특히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 놓인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굴곡진 권력 관계의 음영을 조밀하게 직조해낸 이 작품은 흡인력 있는 단단한 문장과 밀도 높게 형상화된 인물들의 성격, 유체 이탈과 타자-되기라는 흥미로운 서사의 전개를 통해 단숨에 그 결말을 확인하게끔 유혹하는 수작이었다. 단순 서사 차원에서 봤을 때, 감옥을 배경으로 한 이권 암투와 유체이탈이라는 소재가 자칫 낯익거나 진부하지 않나 하는 일말의 우려는 오래 농익고 제련된 문장의 힘만으로도 쉽게 거둬낼 수 있었다. 문학은, 그리고 소설은 서사와 구성의 주조능력뿐 아니라 문장과 단어들이 서로 일구고 상호 길항하며 직조되어지는 예술 형식이라는 근본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오랜 연륜이 느껴지는 능숙하고도 잘 조율된 글쓰기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꼽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우리 문학의 폭과 깊이가 한층 더 두터워질 것이라는 사실이 기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박상륭상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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